인터넷 침해 대응센터에 웹사이트 차단 공지를 왜 안 하냐고 물어봤더니, 돌아온 대답은?

by hfkais | 2009. 8. 17. | 1 comments

이전 글 : 정부기관의 막가파식 인터넷 사이트 차단,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참고 글 : [트위터 기술지원] KT 인터넷에서 bit.ly 접속불능문제 조치법 (무적전설님의 the Project [Y], 2009-08-16)

 

bit.ly 차단, 이번에도 입은 꾹 다문 채 차단만 한 KISA

긴 인터넷 주소를 짧게 줄여주는 서비스인 bit.ly가 지난 15일 저녁부터 접속이 되질 않고 있습니다. 악성코드 배포 문제를 이유로 이번에도 KISA에서 각 ISP로 차단을 요청했다고 하는데요, 정작 악성코드를 배포한 곳은 bit.ly가 아니라 bit.ly로 링크된 다른 사이트였다고 합니다(그럼 그렇지~). bit.ly가 뭐 하는 서비스인지 제대로 파악도 못하고 섣불리 차단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겠네요.

물론 이번에도 차단과 관련하여 아무런 공지가 없었고, 차단 내용 확인은 ISP쪽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해당 업무를 주관하는 정부기관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으니 ISP에서 확인해주지 않으면 일반 사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편만 겪게 됩니다. 게다가 bit.ly 서비스는 트위터에서 자주 쓰이는 주소 단축 서비스입니다. 물론 다른 주소 단축 서비스도 많긴 하지만, bit.ly는 트위터 자체에서도 기본적으로 사용되는 서비스이지요. 긴 인터넷 주소가 들어간 트윗 메시지를 트위터에 남기면, 자동으로 bit.ly 주소로 변환되어 트위터에 올라갑니다. 그런데 bit.ly를 정부기관에서 막아버렸으니, 한국 트위터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을 게 뻔하지요.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 전화를 걸어 공지에 대해 물어보니

아무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이번엔 아예 한국정보보호진흥원 인터넷침해대응센터에 직접 전화를 걸어 궁금한 점들을 물어봤습니다. 유선전화는 국번 없이 118, 휴대폰에서는 02-118을 누르면 연결됩니다. (자동응답 기계는 좀 답답하네요.)

웹사이트 차단 담당자와 연결되어 bit.ly 사이트가 차단된 이유를 물었습니다. bit.ly 때문에 전화를 많이 받았는지 단박에 알아듣더군요. 그쪽 대답으로는 bit.ly를 통해 링크된 웹사이트에서 악성코드가 발견되어, 아예 bit.ly 자체를 막아버렸다 합니다. bit.ly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기엔 좀 그래서, 그럼 (KISA 홈페이지에) "대체 왜 공지를 띄우지 않느냐"고 물어봤습니다.

돌아온 대답은 다소 의외였습니다.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면서 공지를 띄우게 되면, 그 사이트(와 이를 운영하는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도 덧붙이더군요.

"만약 차단 내용을 공지로 올리게 되면 해당 기업에서 소송을 걸 수도 있다" 
고요.

그래서 "차단 전 공지는 그렇다 치고, 차단 후에도 공지할 생각은 없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같은 이유로 이것도 안 된답니다. "그럼 웹사이트 이용자들은 영문도 모른 채 불편을 겪어야 하나" 라고 재차 물었더니, 이번엔 답변이 가관입니다.

"그럴 땐 ISP에 물어보세요"

 

어째 '발암생수'랑 비슷한 느낌인데…

결국 웹사이트 차단으로 인한 국민의 불편보다 기업의 이미지가 중요하고, 불편을 겪은 국민의 민원보다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기업의 소송이 더 무섭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건의 인과관계가 뚜렷하다면 도대체 소송을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봅시다. A기업이 운영하는 B웹사이트가 악성코드에 감염되어 접속자에게 피해를 끼쳤고, 이를 KISA에서 발견하여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일주일 간 임시로 접속을 차단했다면 이는 제대로 대처한 것 아닌가요?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공지했을 때 A기업이 받을 이미지 타격이 클까요, 그냥 아무런 설명도 공지도 없이 일주일 간 접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받을 이미지 타격이 더 클까요? 또한 악성코드 감염 같은 경우라면 해당 기업에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을 텐데, 제대로 대처한 정부기관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할 수 있을까요? 사실을 공지해도?

이거 어째 '발암생수' 사건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기업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명예훼손과 소송을 이유로 해당 업체 명단을 밝히지 않고 있죠. 물론 조치는 다 취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문제가 있는 웹사이트를 차단하기는 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 공지하기는 꺼리고 있어요. 기업으로부터 소송 들어온다고 말이죠. 국민보다 소송이 더 무서운가 봅니다.

 

공지가 없으면 ISP에 물어보라는 대답을 듣고, 황당해서 그냥 수고하시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습니다.

결국 앞으론 웹사이트 접속 장애가 일어날 때마다 ISP에 전화를 걸어 혹시 KISA에 의해 차단된 건 아닌지 일일이 확인해야 겠군요….

댓글 1개:

  1.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네요. 인터넷 정책을 활성화 시키고 장려해야 할 KISA 가 이런 말도 안되는 정책을 펴고 있었다니 bit.ly 를 자주 이용하고 이용자 입장에서 참으로 괘씸하다는 생각뿐이 안드네요. 저도 함 연락을 취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ㅡ_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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